이제 그만 끝낼까 해 (2020)

2023. 2. 21. 00:29샷바이샷

1:26:00~1:30:36


L.S

멈춰서는 차

레터박스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칠흑 속에 차 불빛과 가게 불빛만을 중앙에 위치시켜 통해 독립적이고 이질적인 공간을 구성하였다.

P.O.V

차 뒷자석에서 잡은 앵글을 통해 도착한 환경을 비추는데, 제한적인 시야는 불안한 감정을 자아낸다.

제이크, 루시 F.S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 역시 뒷 배경은 암흑.

가게에서 새어나오는 녹색 형광등 빛만이 그들을 조금 비춘다.

INSERT SHOT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가게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낯선 공간은 풀샷으로 먼저 비춰주는 것보다 이렇게 누군가의 시점을 통해 부분적으로 비춰주는 것이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더 효과적인 씬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암흑 속에서 형광등 빛을 받아 은은하게 녹색 빛이 묻은 피에로 캐릭터, 낡은 아이스크림 기계, 닦은지 오래된 선반들은 서늘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의 시점샷이라기엔 공통된 점 없이 나열되는데, 제이크의 기억의 파편에 의존한 인서트샷이 아닐까 싶다.

제이크 W.S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지만, 말을 하는 제이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시선의 불일치, 컷의 튐 등을 이용해 심리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INSERT SHOT
루시 M.S

이 장소를 빨리 떠나고 싶은 루시는 조명이 닿지 않는 암흑에 서있다. 

여타 공포영화에선 어두운 곳은 기피되지만, 가게에 가까이 가기 싫다는 루시와 관객의 본능이 있다. 그만큼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제이크 M.S

그런 서늘한 느낌을 더욱 극대화해주는 우리의 제이크의 시선

투샷, 스테디캠 팔로우

이 씬의 대부분은 스테디캠으로 촬영되었다.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주요 인물인 루시를 따라 천천히, 그리고 드디어 가게를 비춰주는 넓은 샷이 드러난다.

제이크 단독 N.S

루시가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투샷이 아닌 제이크의 단독샷

이 공간 자체에 나오는 분위기도 있지만, 제이크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나 시선, 표정들이 그런 분위기를 가중시킨다.

분명 둘이 있지만, 따로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 불길하다. 우측에 벽을 걸어 누군가 관찰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창 밖에서 찍은 INSERT SHOT
제이크 단독 N.S
루시 N.S
투샷 F.S
루시 팔로잉 - 제이크, 스테디캠

역시 스태디캠으로 다시 가게에 다가가는 루시를 팔로잉하다가 프레임 아웃, 그를 바라보는 제이크를 비춘다.

 

1.37:1 같은 좁은 화면비는 인물을 중점으로 하는 영화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이 씬에서는 스태디캠과 합쳐져 인물의 감정을 억제하고 서늘함까지 느끼게 하는데, 두 기법이 합쳐져 인물 외의 주변 배경은 한정적으로 보여주며 답답함 또는 불길함을 자아내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루시 M.S
루시 B.S

이후로 자주 등장할 내부에서 창틀을 걸고 찍은 루시의 샷.

예시) 프레임(틀) 속 인물들

이 영화에서는 인물을 프레임 속에 자주 건다. 안그래도 좁은 화면비이지만, 이런 프레임들을 통해 인물은 더욱 답답하게 보여진다.

혹은 제이크의 상상에 갇혀있는 인물들이라는 암시였던 걸까.

제이크 B.S

일방적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대사를 이어가는 제이크, 아까까지 루시가 제이크를 응시할 때 가게를 보다가, 루시가 가게를 응시할 때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루시 B.S
루시 F.S
제이크 B.S

무엇인가 등장했다는 것의 알림, 제이크의 시선이 바뀐다.

제이크 O.S 쓰리샷

좌측에 시선의 주인공인 제이크를 걸고 종업원들이 등장한다.

제이크 B.S
루시 W.S
제이크 B.S

대화를 하는 것은 루시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제이크의 반응샷이 연속된다. 크게 동요하는 제이크.

쓰리샷, 포커스 인

루시에서 앞에 있는 종업원으로 빠르게 포커스 인

F.S

틀 안에 있는 두 종업원의 이미지가 기묘하다.

암흑쪽으로 뒤돌아 선 제이크의 얼굴은 완벽하게 암이 져 보이지 않는다.

두 종업원은 현실 제이크가 마주친 적 있는 실제 학생들

두 사람은 앞에 서있는 루시를 무시하고 제이크만을 바라본다.

이 영화는 통째로 제이크의 환상이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제이크가 현실에서 실제로 만났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들, 혹은 본 적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비웃던 그 얼굴 그대로!

조금 과장되고, 비록 역할은 뒤바뀌었을지라도 이건 아무튼 환상이니까.

여점원 O.S 루시

루시가 종업원을 따라서 제이크에게로 시선을 돌리지만, 제이크는 뒤돌지 않고 대답만 대충 흘린다.

제이크 B.S
쓰리샷
F.S

여직원들이 좌측 창틀 프레임으로 합쳐지자, 뒤에서 또다른 종업원이 등장해 비어있는 프레임에 위치한다.

새로 등장한 종업원을 따라서 루시도 우측 프레임으로 이동. 좁고 한정된 장소이지만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종업원 B.S

뜬금 없이 오자마자 니스칠을 했다고 말하는 종업원.

이 익숙한 종업원 역시 영화 몇 분 전에 등장한 현실 제이크의 기억 속 학생

사실 추후에도 종업원이 직접 언급하지만 니스칠보다는

실존 인물들이 환상에 등장하고, 루시가 강하게 혼동할수록 주변 환경 역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니스칠 냄새는 현실 제이크가 청소할 때 나는 락스, 혹은 기타 청소도구 등의 냄새로 추정된다.

루시 B.S

 

제이크 B.S

이에 응하듯 니스칠 소리에 뒤돌아 보는 제이크의 반응샷. 이렇게 루시와 종업원의 대화를 방해하고 감시하는 듯 중간중간 배치한다.

루시 B.S
종업원 W.S - B.S

루시의 샷은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롭다. 검은 배경에 치는 눈보라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루시의 시선이나 몸의 움직임을 따라서 카메라도 조금씩 이동한다. 그러나 종업원의 샷은 루시의 시점샷에 가깝다. 멀리 있을 있을 때 잠깐 루시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제외하면 제이크 때문인지 시선을 아래에 두고 회피하는 모습. 그리고 그의 시선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외부와 다르게 내부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둘 다 비슷한 앵글의 샷이지만, 이쪽이 훨씬 더 답답해보이는 이유이다.

제이크 B.S

살짝 티가 날 정도로 서서히 줌인한다. 불안한걸까, 혹은 화가 난 걸까. 알 수 없는 표정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종업원 B.S

아는 여자다, 어디선가 봤어.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제이크의 표현대로라면 혀 끝에 맴돈다.

 

제이크 걸고 F.S

루시의 대사를 따라서, 다음 컷에 그들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제이크의 샷이 보여진다.

영화 전체적으로 루시의 보이스오버가 나올 때마다 다음은 제이크의 대사, 혹은 제이크의 샷이 붙는 규칙이 있는 것 같다.

루시 B.S
종업원 M.S
루시 B.S
종업원 W.S
루시 B.S

이 때문에 저 멀리 있는 제이크가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듣는 듯,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컷이 전환될 때마다 이따금씩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제이크가 이 씬에서 가장 두려운 사람이다.

어쩐지 종업원도 제이크를 가장 신경쓰는 것 같기도 하고.

종업원 W.S
루시 B.S
여점원들 M.S 달리 인

루시의 시선을 따라 반대쪽의 종업원들이 P.O.V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여종업원들의 시선이 카메라 밖을 향해 있는데 여전히 제이크를 향해 웃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루시 B.S
종업원 W.S
루시 B.S
종업원 B.S
루시 B.S

 

종업원 B.S

 

루시 B.S
종업원 W.S
루시 B.S
종업원 W.S 프레임 아웃
루시 B.S
종업원 B.S
루시 B.S
종업원 B.S
루시 B.S

보통의 대화샷이 끝나고, 그러고보니 루시의 의상이나 악세사리 역시 제이크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듯 시시각각 변한다.

이 씬에서 루시와 내부 점원의 샷이 대비되는 이유는 색깔 때문인데.

영화 초반부 루시의 의상은 붉은색이었다.

분명 영화 속 시간은 하루인데 마치 다른 날인 것처럼 3주? 6주? 아니 7주가 지났을 지도 모른다는 듯 모든 것이 뒤바뀐다.

관객을 끊임없이 혼동시키고, 시험할 것 마냥.

제이크 타이트 B.S

당황스럽고 뜬금 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제이크 타이트 바스트 샷.

오히려 방금까지 대화를 한 인물들보다 훨씬 가깝게 잡는다. 중심 감정이 루시에서 제이크에서 이동한걸까. 

F.S

좌측 창틀에서는 아직까지 여종업원들이 웃고 있고, 우측 종업원은 제이크가 다가오자 고개를 푹 숙인다.

제이크 O.S 루시 B.S

처음엔 이 가게의 공간이 무서웠다면, 지금은 제이크의 존재가 가장 이상하고 두려운 존재다.

그를 보여주는 루시의 표정.

투샷 B.S
INSERT SHOT

제이크와 종업원, 동일하게 팔이 발진흉터가 가득이다.

발진은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는데, 이 발진은 청소노동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인 것으로 좁혀진다. 제이크는 스쳐지나가며 본 이 여학생을 자신과 비슷한 존재로 느꼈다. 때문에 이 환상에선 제이크 자신, 또는 제이크가 가진 감정의 역할이다.

투샷 B.S
종업원 B.S
루시 M.S
종업원 B.S

걱정돼요

거의 제이크와 동일시되는 인물이지만, 조금 다른 것은 삶을 끝내려는 제이크의 마음 속 두려움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루시 M.S
루시 O.S F.S
루시 M.S
종업원 B.S
루시 M.S
종업원 B.S

안가도 돼요. 시간 속에서 앞으로, 당신은... 여기 있어도 돼요. 너무 무서워요.

이 대사를 통해 이 인물의 역할과 영화의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여정의 끝은 죽음(자살)임을 암시하며, 종업원은 제이크의 선택을 필사적으로 만류한다.

머리 위로 걸린 창틀이 종업원을 더욱 비좁게 보이게 만든다.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떤 메세지를 전해주려는 듯이.

루시 M.S

때문에 이 말을 전하는 대상은 루시가 아니라 죽음을 결심한 제이크.

그러나 정작 제이크는 말을 듣지 않는 듯 뒤를 돌아서있다. 이미 결심을 끝마친 그는 어둠 속에 차 앞에 홀로 서있다.

종업원 B.S
루시, 제이크 M.S
종업원 B.S
루시, 제이크 M.S

그리고 그의 말을 끊어버리고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가버리는 제이크.

종업원 B.S
루시 M.S
루시 M.S 팔로잉
종업원 C.U

그들이 결국 떠나가자 영업 종료라는 듯 문을 닫아버리는 종업원.

아래로 내려 셔터 같은 느낌도 난다. 아마도 제이크가 처음이자 마지막 유일한 손님.

종업원 O.S 루시 F.S

가게 안에서 찍은 오버더숄더 샷.

F.S 달리

불길한 사운드와 함께 조금씩 달리인 하는 카메라.

종업원 O.S 루시 F.S
L.S
종업원 B.S 달리샷

결국 떠나버리는 차를 바라보는 종업원.

그의 표정을 짐작하자면, 아마도 이 여행 끝에 예정되어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엔딩: 호크사의 H렌즈(코팅을 최소화하여 아름다운 빛 번짐)

소니 베니스(라지 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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