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아내 (2020)

2023. 1. 22. 18:58샷바이샷


1:34:08

 

 

CUT 1

왼쪽에서 F.I

 꽤 긴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씬의 첫 컷. 좌측에서 사토코가 헌병대에게 둘러쌓여 프레임인. 상당히 가까이서 등장하여 주변 배경이 잘 보이지 않고, 주변 인물들보다 낮게 위치하여 답답한 느낌을 준다.

 

 대각선 방향으로 향하여 멀리 위치하자, 그제서야 주변 인물들과 배경이 명확하게 보인다. 인물들의 시선이 우측으로 향한 후 우측에서 프레임인 하는 타이지.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라 카메라가 따라가는데, 좁고 단조로운 공간을 인물의 배치와 움직임으로 커버한다.

 

 배경 역시 별다른 미술이 없지만, 마치 미술처럼 대신 깔려있는 헌병대들의 움직임을 관찰해보아도 재밌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지만, 항상 카메라가 멈춘 지점에서의 배치는 사토코를 압박하고 있다.

 대치 상황이 끝나고 나올 때와 다르게 좌측으로 끌려가는 사토코.

 카메라가 트래킹할때 인물이나 카메라의 Z축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우리가 아는 그런 트랙보다 훨씬 풍성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컷 역시 엔딩에서의 대치 컷은 인물의 거리와 높이차를 통해 상당히 압박을 받는 느낌을 준다. 

 

 컷의 끝까지 인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좁혀지고를 반복한다. 물론 그 움직임에 사토코의 의지는 전혀 없다. 자세히 보면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살짝 트래킹한다. 거장 답게 이유 없는 움직임은 없는 법. 엔드 지점에서의 대치샷에서는역시 타이지 쪽 백에 위치한 헌병대들을 통해 압박감을 준다.

 

 

CUT 2

사토코 B.S

 살짝 부감으로 촬영된 것 같은 사토코의 첫 단독샷. 저번에 분석했던 <대학살의 신>과는 다르게 망원으로 촬영되어 뒷 배경은 포커스 아웃. 이런 상황에서 주변 환경과 배경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히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CUT 3

 정석적으로는 이 다음에 대립하는 타이지의 리버스샷이 나올 것 같았지만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필름으로 향하는 타이지. 마치 사토코와의 단독 대면을 회피한다.

 

 사토코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또 카메라가 사토코쪽으로 트랙인. 씬의 첫컷에서 붙잡힌 사토코에 비해 카메라 움직임의 주도권을 타이지가 가진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다. 사토코를 따라 카메라가 트래킹하고 그에 비해 타이지는 카메라를 등지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감정을 호소하는 사토코를 피해 타이지가 프레임 인, 아웃을 반복하고, 우측에 더 이상 갈 공간이 없자 타이지가 사토코를 강제적으로 프레임 아웃 시킨다. 

네년도 매국노야. 백번 죽어 마땅해.

 

 타이지가 프레임 아웃 하자, 카메라가 틸트다운하여 부감으로 쓰러진 사토코를 비춘다. 그리고 헌병대가 다가와 사토코를 일으켜 세운다. 한 대 맞고, 다시 주도권이 사라진 사토코. 롱테이크라고 하기엔 화면의 사이즈, 인물의 위치, 높이가 쉴세 없이 달라지며 지루하지 않다.

 

 컷별로 보니까 카메라가 멈추는 지점마다 프랙티컬 라이트를 배치하여 어둡고 납작한 화면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CUT 4

타이지 W.S

중심 인물들이 이동할 때마다 헌병대의 위치도 주목하자.

 

이 샷은 단독샷 치고는 넓게 촬영되어 헤드룸도 넓은데, 인물의 앞에 라이트를 가깝게 배치하여 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생기는게 재밌다.  그리고 타이지의 좌우로 헌병대를 배치하였다.

 

 

CUT 5

부감 F.S

살짝 위에서 촬영되어 인물들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인다. 풀샷에서의 부감은 피사체 간의 블로킹을 줄여 각각의 동선과 움직임을 더 잘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CUT 6

타이지 W.S → 사토코 B.S

 사토코와 타이지 두 인물의 단독샷을 끊지 않고 이어서 찍었다. 두 사람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잘 드러내는 샷. 엔드지점에서의 사토코의 샷은 헤드룸 없이 꽉 차있는 프레이밍이라 특히나 두려운 감정이 잘 보인다.

 

 

CUT 7

부감 F.S 

 아까랑 비슷한 위에서 찍은 F.S 사람들이 쉴 세 없이 상하좌우에서 등장한다. 계단 위에서 등장하여 내려오는 사람들, 의자를 가져다주며 인사하는 헌병대. 프레임의 상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아 상당히 고위층 간부임을 짐작할 수 있는 이미지이다.

 

 

CUT 8

영사기 C.U

 영사기 인서트샷. 와중에도 백그라운드는 끈임없이 움직이고, 준비하는 인물도 상영기와 카메라 사이를 왔다갔다... 쉴세가 없다.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프레임 안에서 피사체의 여러 움직임이 반복되고, 카메라가 움직일 때 피사체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패턴이다. 이런 샷들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CUT 9

 아직도 복잡스러운 표정의 타이지. 앞에서 준비되었다고 말하는 헌병의 말에 일어나서 조명을 끄고 앞으로 위치한다. 그리고 좌측 대각선으로 살짝 트래킹하여 사토코를 비춘다. 

 

 가끔 이렇게 인물을 따라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인물을 비추는 카메라 무빙이 상당히 극적인 느낌을 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트래킹을 따라 비장하고 결의에 찬 듯한 사토코의 표정이 부각된다.

 

 

CUT 10

영사기

 

CUT 11

스크린 F.S

 영상이 상영되다가 노래가 나오며 사토코와 유사쿠 부부가 찍은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한다. 이 컷에서도 스크린 주변으로 인물의 위치를 다양하게 배치하여 훨씬 더 가득 차보인다. 가장 앞 인물의 O.S 블로킹을 통해 타이지의 시점샷 같아보이기도 한다.

 

 

CUT 12

사토코 C.U

 당황한 사토코의 반응샷. 주변 헌병대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재적 사운드로 들려온다.

 

 

CUT 13

스크린 F.S

 다양한 인물들의 움직임이 재밌는 샷. 어두운 화면임에도 잘 보인다.

 

 

CUT 14

타이지 C.U

 역시나 이어지는 타이지의 반응샷이 사토코의 C.U에 이어서 바로 등장하지 않고 한번의 F.S 이후에 등장한다. 아마도 사토코와 대치하는 상황이 아닌, 스크린 속 화면에 대한 반응샷이니 의도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CUT 15

스크린 F.S

 영사기 라이트 앞으로 들어온 누군가의 손가락을 통해 드리운 그림자가 마치 화면서 사토코를 가리키는 것 같은 샷. 그리고 앞에 있는 헌병들도 뒤 돌아서 사토코를 바라본다. 동일샷의 연속이고, 사실 관객은 스크린 속 영화 화면에 집중할테지만 이런 리액션들이 중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영화를 두세번 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상당히 흥미롭고 디테일한 장치 같다.

 

 

CUT 16

사토코 C.U (동일)

 화면 속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사토코의 리액션 샷.

 

 

CUT 17

스크린 C.U

덧없는 사랑이여, 찰나의 연분이여
애써 차분한 척 해봐도 타오르는 가슴 속 불길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 들리는 가사들도 어째 현재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유흥처럼 영화를 찍고, 세상 물정 살아가던 순수한 유사쿠의 아내, '후쿠하라' 사토코로서의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구나. 그녀의 인생에 FIN,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다.

 

 

CUT 18

사토코 정측 O.S 타이지, 현병들 N.S

불이 켜지고, 사토코의 뒤로 당황한 헌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CUT 19

사토코 C.U 롱테이크 (동일)

 

현세에서 나누는 환상의 입맞춤 
밀려오는 슬픔에 휩싸이는 이 내 몸

 이어지는 타이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지만, 마치 대답하는 듯 위의 가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사토코의 감정을 보여주는 긴 롱테이크의 클로즈업 샷. (무려 약 22초) 인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뒤로 바삐 움직이는 헌병들과 표정 변화를 통해 상당히 격동적인 샷처럼 느끼게 된다.

 

 컷하지 않고 스크린 앞으로 헌병들을 밀치며 뛰쳐나가는 사토코. 스크린 안의 아내로서의 사토코를 잡아내려는 듯 하다. 그러나 상영기는 꺼졌고, 빈 화면만 더듬거린다.

 

 사토코의 좌우, 카메라의 앞에도 남자들이 블로킹되어 둘러쌓인 느낌을 준다. 가까이에 사토코의 정면에 위치했던 헌병이 사토코가 웃자 뒷걸음질 친다. 그럴만도 하다. 이 씬은 사토코(아오이 유우)의 연기를 통해 압도 당하게 된다.

 

お見事!
아주 훌륭해!
(훌륭한 작품을 보았을 때 상황에서 사용하는 정중어)

 

 그리고 휘청이다 좌측으로 졸도하는 사토코. 카메라도 그를 따라서 살짝 좌측으로 패닝. 뒷걸음질 치는 헌병의 위치 역시 설계된 듯 하다.원래 위치라면 이 지점에서 넘어지는 사토코를 가렸을테니까 말이다.

 

 쓰러진 사토코를 헌병들이 둘러싸고 완전히 포위된 프레이밍으로 끝이 난다.

 

 

CUT 20

사랑에 고통받는 여로는 오직 외길뿐이네

 

 이어지는 노랫소리를 따라 배를 타고 떠나는 유사쿠의 화면. 이것은 쓰러진 사토코의 꿈일까, 마치 시점샷 같은 화면이다. 아마 진짜 영상이 든 필름은 저 배 안에 있을테다.

 

 이 시대 모든 아내들 역시 그랬을테다. 병동에 거의 수감되다시피 모인 여성들이 나타난다. 전쟁에 소집된 남편으로 인해 홀로 남은 여성들. 사토코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꿈꿨던 스파이의 아내로서의 운명은 이렇게 정해져 있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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