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2018)

2023. 4. 24. 18:51샷바이샷

 


 영화는
 생소한 티나의 얼굴을 부각한 클로즈업 위주로 구성되었다. 영화 전체는 핸드헬드로 촬영됐으며 영화를 현실적으로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일명 숨쉬는 카메라의 효과보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2.39:1의 가로로 긴 시네마스코프 화면은 이 영화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티나의 상황을 오히려 더 답답하고 절망적이게 만들어버린다. 처음엔 시네마스코프인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화면은 좌우로 넓은 화면을 활용하지 않고 반대로 상하로 좁은 화면을 이용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마치 짐승 우리 안에 갇혀있는 것 같은 비좁은 화면 속 클로즈업으로 보이는 티나의 얼굴에선 수많은 회의와 갈등 등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전해진다.

 

손 C.U

 문을 따는 손에서 씬이 시작된다. 갑작스런 장소의 점프와 더불어 설정샷 없이 삽입된 클로즈업샷은 앞으로의 전개 역시 예측할 수 없다는 듯 긴장감을 준다. 인서트 샷이지만 집어넣고, 움직이고,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따이기까지 꽤 오랫동안 이 샷을 유지한다. 영화 전반의 컷 전환의 속도가 스릴러라는 장르 특징에 비해 빠르지 않고 되려 느린 편이라고 느꼈는데, 이 씬의 시작 역시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을 따라간 듯 느리고 고요하다.

 

투샷 C.U

 문이 찰칵 따이는 소리와 함께 컷 전환.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주인공 티나가 아닌 동료의 얼굴. 티나는 그의 뒤에서 포커스 아웃 된 상태로 있다. 그러나 카메라 가까이 있는 동료보다 티나의 얼굴에 더 많은 조명이 묻어 밝게 보인다. 직각으로 떨어진 조명은 티나의 얼굴을 더 일그러지게 만드는데, 하물며 동료의 노즈룸 앞에 위치한 티나는 이 샷의 중앙에 있는 인물보다 더 눈에 띄게 되고 굉장히 거슬리고 불길한 이미지가 완성된다. 오히려 이곳에 침입하는 그들이 악당인 것 같은 느낌. 사랑과 의심, 배신을 반복하는 이 영화의 플롯에서 누가 적군이고 아군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의도적인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티나 B.S 

 이전 컷에서 티나의 얼굴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기에 공간에 들어가는 첫 샷의 티나의 등장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걸어오나오고, 위에서 직선으로 떨어지는 형광등 조명은 유독 깊은 티나의 아이홀을 부각시켜 그의 얼굴을 인간과 다른 형상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린다. 악마나 해골 같기도 하고, 티나의 능력을 생각하면 짐승이나 반수인도 떠올리게 된다. 뒤에 동료가 함께 들어옴에도 앞장서는 티나에게만 조명을 집중시켜 그 외의 것들은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마치 홀로 이곳에 들어서는 듯하다.

 

후면 O.S 팔로잉

 티나가 서서히 앞으로 나오고 동료도 빛이 드는 곳으로 나오기 직전 현명하게 컷이 후면샷으로 전환된다. 문을 따고 나서는 후각을 활용해 티나가 조사에서 활약할 차례이니 티나를 우선적으로 샷에 중심에 배치하기 시작한다. 처음 들어선 집 안의 내부는 그들의 입장에서도 지켜보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영화 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낯선 공간을 보여주는 샷이다. 좌우로 막혀있는 긴 복도로 인해 시야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할 불청객이나 비밀이 있을까봐 가슴을 졸이게 된다.

 

B.S 팔로잉

 씬은 주로 티나를 중심으로 샷을 진행하되, 중간중간 긴장을 이완시키듯 동료의 단독샷을 번갈아서 배치한다. 점점 더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암흑과 다름 없는 상태이지만 들어선 복도 쪽의 벽을 뒤에 걸어서 실루엣을 살렸다. 깊은 곳으로 들어설수록 좁은 샷 사이즈는 어두운 주변 환경으로 인해 더 좁게 보인다.

 

 

  티나 후면 B.S 팔로잉

현관부터 현실과 같은 매트한 톤을 유지했다가 이 샷부터 톤이 바뀌기 시작한다. 공간을 스산하게 만드는 프랙티컬 라이트의 활용. 사람 없는 집에서 축구 중계 방송만 깜빡인다. 마치 공포영화가 떠오르는 적막한 티비의 사운드와 불빛. 티나가 일하는 곳에서도, 티나의 집에서도 위치된 이런 녹색의 라이트가 공간의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간과 샷의 사이즈는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티나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의 반복되는 삶처럼 러닝타임 내내 동일하거나 비슷한 장소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데, 이렇게 반복해서 주로 보여주는 장소는 그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티나의 유일한 은신처, 숲의 와이드샷
티나의 일자리, 티나의 집 샷들

 첫번째로 티나의 유일한 평화로운 은신처인 숲. 숲에서의 앵글은 다른 장소들보다 훨씬 넓은 화각과 딥 포커스를 활용하여 공간에서 주는 광활감과 웅장함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인조적인 조명 하나 없는 자연광으로만 촬영되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정을 준다.

 

 두번째, 반대로 집 안이나 직장,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내부 공간의 경우 이질적이게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색조명이 특징이다. 화면 보이는 곳에 혹은 인물 근처에 프랙티컬 라이트를 배치하였고 이는 장르적 긴장감을 준다. 특히나 보어와 처음 만났을 때 대치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뒤에 적색, 녹색의 다른 색의 조명이 비춰지며 서로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때 티나의 뒤에 위치한 것이 붉은색이고 보어의 뒤에 있는 것이 녹색이다. 이는 첫대면에서 각자를 대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

 

 또한 숲에 비해서 훨씬 앵글이 제한적이다. 좁은 화각과 배경보다 인물에 집중된 클로즈업샷이 많으며 이는 와이드한 화면비와 합쳐져서 공간을 더욱 답답하고 협소하게 보이게 만든다. 담담하고 익숙해보이는 티나의 모습에 비해 그를 가둬놓은 것 같은 좁은 앵글들은 되려 그를 더욱 비극적이고 불안하게 보이게 한다.

 

 

P.O.V 부감 INSERT

 그들의 의심이 확신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정보 전달 인서트샷. 이 정보를 확인하고 그들은 더 깊은 곳까지 탐색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티나 B.S

 클로즈업 시선에서 받아 티나의 단독샷. 얼굴에서 딱 절반에 닿는 빛을 끊어 긴장감을 준다. 좁은 화면 속에서도 방금까지 있었던 TV켜진 거실을 백그라운드에 걸어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B.S ㅡ 티나 후면 B.S

 두 사람의 표정이나 이 외의 정보값이 보이지 않은 샷이지만, 그들의 어깨 너머에 있는 문이 눈에 띈다. 분명 인물에게 포커스가 향해 있지만, 캄캄한 공간에서 유독 빛나는 물체는 앞으로 향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티나 정면 부감 B.S

 그런 문으로 다가서는 티나의 모습 타이트한 클로즈업샷이지만 이전 문을 쏘던 조명과 같은 톤의 빛이 티나의 얼굴에 묻기 시작하면서 그가 보는 것이 문이며 지금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알린다. 이전까지 주로 그들의 뒤나 앞에서 정확한 아이레벨로 찍은 샷들이 많았다면, 집 안의 더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카메라는 인물의 아이레벨보다 살작 위쪽에서 내려찍어 부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 샷에서부터 부감샷이 많아진다.

 

O.S 티나 정측면 M.S

 방 안에 들어서기 전, 짧은 샷이지만 굉장히 오묘한 샷 하나가 지나간다. 티나가 중심이지만 앞에 동료를 화면의 반 이상을 블로킹해 티나는 측면 얼굴만 잘려서 보이는 샷. 영화가 내내 클로즈업 샷들로 티나나 보어의 얼굴을 부각했다면 이렇게 가까운 샷이 아닐 때는 가끔 그들의 얼굴(코)에 집중시키는 다른 방법도 이용하는 것 같다.

 

티나 C.U

 티나가 움직임과 동시에 그에 발맞춰 뒷통수에서 정측면 방향으로 빙 둘러서 카메라도 함께 이동한다. 그러나 정면까지 돌아서 어떤 서스펜스적인 순간을 부각하기보다 측면에서 냉정하게 멈춰서는데, 확실히 클로즈업샷에서도 정면으로 표정이나 감정을 보여주기보다 주로 측면샷을 활용해 코(후각이자 그의 능력)를 부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인 후면 B.S

문을 열고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후면에서 보여준다. 컷과 컷을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할 뿐, 새로운 단서나 방 안에 있는 것에 대한 정보는 없다.

 

티나 팔로잉 B.S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적인 색조명/프랙티컬 라이트가 새로운 방에 들어서며 또다시 활용되고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두운 방을 들어서며 어떤 조명을 키는 액팅을 샷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티나의 뒤로 아주 잠깐 라이트를 켠 동료의 모습이 지나가며 과감히 생략한다. 여기서부터 또다시 티나의 차례가 왔다는 듯 티나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천천히 그를 팔로잉한다. 그를 뒤에서 팔로잉하자 카메라는 그의 측면에서 후면으로 회전하고 드디어 보이지 않았던 방 안 내부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역시나 갑작스레 넓은 샷으로 공간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의 주변으로 아이들의 사진이나 탁자를 꾸민 잡동사니 같은 것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티나의 후면으로 블로킹되기도 하였고, 하물며 뒤에서 쏘는 라이트의 영향으로 하드한 그림자가 생겨서 실질적으로 방에 대한 정보는 더 제한적이게 드러낸다.

 

후면 B.S

문제의 캠코더가 숨겨진 트로피가 있는 책장이 마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동료의 후면샷과 함께 짧게 지나간다. 그러나 아까 이 방의 문을 미리 향하고 있었던 조명처럼, 라이트는 미리 책장을 비추고 있어 다음 행선지를 짐작하게 한다.

 

티나 정측면 B.S

 역시나 어떤 냄새를 따라가는 티나의 모습은 코가 부각되는 측면으로 촬영되었다. 화면 좌측 방향으로 서서히 책장을 향해 다가가는 티나와 함께 카메라 역시 책장으로 향하자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며 마치 줌 인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2인 후면 M.S

 책장을 향해 가는 티나의 모습 뒤로 벽에 진 하드한 그림자가 눈에 띄는 샷이다. 이 샷 역시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샷 내에서 티나가 좌우로 움직인 거리는 크지 않지만, 라이트에서 멀어지고 책장(벽)으로 가까워지는 티나의 동선으로 인해 그림자가 빠르게 작아지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특히나 가까워지기 전 TOP 앵글에서는 그림자가 티나나 동료보다 훨씬 더 거대해서 이 역시 어떤 짐승이나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능력을 사용하여 단서에 가까워지고 가까워짐으로서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연출해낸 것 같다.

 

티나 정측면 C.U

 무엇인가 알아챈 티나가 손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클로즈업 측면으로 촬영하여 그의 손이 무엇을 향해가는지 아직 공개하지 않는다.

 

프레임 인 하는 손과 트로피 C.U ㅡ 티나 C.U

 바로 다음샷에서 책장 위에 있는 트로피를 집는 손을 보여주고 그 손을 팔로잉하여 냄새를 맡는 티나의 측면샷으로 전환된다. 이때 티나를 비추며 트로피에 함께 묻은 밝은 라이트는 밝게 반사되어 또다른 반사광을 티나에게 묻게 한다. 내내 어두워졌던 샷이 중요한 열쇠에 다가설수록 밝고 반짝이는 샷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사실 아까랑 동일한 클로즈업 샷이고 끝 역시 티나의 비슷한 클로즈업 단독샷이지만 시작하는 지점을 다르게 하여 전혀 다른 샷처럼 이질감 없이 구성한다.

 

C.U INSERT ㅡ 틸트업 티나 부감 C.U

 뚜껑을 열자 나오는 캠코더. 티나가 입은 흰색 옷까지 보여지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아주 밝은 샷이 만들어진다. 딱 봐도 지금 발견한 것이 중요한 증거라는 것을 확증하는 듯한 결정적인 화면이다. 샷들이 주로 클로즈업, 비슷한 사이즈의 연속이라 자칫하다가는 컷이 의도치 않게 점프한다고 느껴질 수 있을텐데, 신기하게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아마도 시선의 이동과 동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역시 들어왔다가 캠코더를 들고 나가는 손과 동시에 티나의 얼굴으로 틸트 업 된다.

 

C.U

 샷이 갑작스레 너무 어두워지지 않고 조명을 내림과 동시에 만들어진 렌즈 플레어 효과로 동료의 표정이나 뒤에 선 티나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이때 카메라는 가만히 있지만 한 발자국 앞으로 향해 서면서 샷 사이즈가 커진 것 같은 효과를 준다. 

 

티나 B.S

 여기서조차 자신이 찾은 단서임에도, 함께 보고 싶어서 O.S로 동료에게 다가섬에도 티나는 한 걸음 뒤에서 보는 느낌이다. 이전 컷에서 캠코더를 들고 간 동료가 그를 등지고 조명을 빼며 마치 단독같은 샷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샷에서 티나가 그에게 다가가 완전하진 않지만 캠코더를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 투샷을 만들어낸다.

 

C.U

 캠코더 속 화면은 보여주지 않지만 얼굴 하단에 묻는 영상 화면 불빛과 녹음된 소리, 그리고 동료가 내뱉는 탄식과 대사를 통해 티나가 예상했던대로 아동착취물 영상이 맞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상하게도, 끝까지 티나와 완전히 투샷은 만들어지지 않고 마치 혼자서만 보는 동료의 클로즈업 샷에서 씬이 마무리가 된다. 이 역시 이전에 이웃 임산부를 병원에 데려다줬지만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티나의 모습처럼 의도적으로 티나를 배제해버린 샷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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